배우 정성화의 신혼집 여성중앙 입력 2011.06.14 10:11
카펫과 같은 컬러의 커튼을 달아 통일감을 줬다. 퍼플빛이 도는 스트라이프 원단을 구하기 위해 스타일리스트가 며칠 동안 발품을 팔았다는 후문. '배우' 정성화의 전성기는 의외로 늦은, 작년부터다. 뮤지컬 '영웅'으로 제4회 더 뮤지컬 어워즈 남우주연상과 제16회 한국뮤지컬대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고, 얼마 전엔 서울문화예술대상 뮤지컬 부문에서 대상의 주인공까지 됐다. 정성화란 배우에 대한 관객의 믿음과 그의 오랜 노력을 인정한다는 의미이기에 상이 주는 무게는 가볍지 않다. 행복은 겹으로 찾아왔다. 최근 8년간 함께한 여섯 살 연하의 연인과 결혼식을 올린 것. 촬영 내내 행복한 표정의 정성화는 아내가 없었더라면 지금의 자신도 없었을 것이라며 넌지시 아내 자랑을 늘어놓는다. 자유롭게 발상을 전환한 집 신혼집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독특한 배치가 시선을 끈다. 99㎡(30평)대 아파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형적인 그림이 아니기에 호기심이 인다. 이 집의 거실은 일반 집들과는 달리 방향이 90도 틀어져 있다. 집의 원래 구조는 현관에 들어서면 왼쪽으로는 부엌이, 오른쪽으로는 거실이 한눈에 들어오는 오픈된 구조였다. 그러나 부부는 현관에서부터 거실이 훤히 보이는 것을 막기 위해 가벽을 길게 세워 가벽의 안쪽엔 TV를 걸고 거실 발코니를 확장한 부분엔 소파를 길게 배치했다. 가벽으로 인해 거실은 독립적인 공간이면서, 거실 소파에 앉으면 아내가 있는 주방이 한눈에 보이는 오픈된 구조로 변신했다. 동시에 이곳은 마주 보는 한 쌍의 벽이 짝을 이뤄 서로 다른 두 가지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TV와 소파의 조합은 방향이 신선할 뿐 일반적인 가정의 거실과 다름없지만, 보통 소파를 두는 현관 바로 옆의 벽면엔 키가 낮은 책장을, TV를 두는 맞은편의 벽면엔 그림 몇 점을 걸어 작은 갤러리처럼 꾸몄다. 시공 및 스타일링을 맡은 인테리어 디자이너 조희선씨와의 첫 만남은 수개월 전. 11년 된 낡은 아파트라 대대적인 공사를 하기로 결정하고, 큰 그림인 구조 문제부터 가구 배치, 스타일링에 이르기까지 한 달 반에 걸쳐 작업을 진행했다. 집의 전체 콘셉트는 획일적인 구조에서 벗어나 부부만의 쓰임새에 맞춰 자유롭게 변형한 집. 주방 소품에 애착이 많은 아내 이은호씨를 위해 주방 벽면에 커다란 수납함을 짜 넣고, 공간을 넓게 쓰기 위해 일반 식탁 높이로 낮춰 아일랜드 식탁을 제작했다. 침실도 구조를 과감하게 변경했다. 침대 뒤에 가벽을 설치해 슬라이딩 도어를 달고 안쪽 공간에 드레스 룸을 설치한 것.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니 버려지는 공간이 없다. _화사한 컬러가 돋보이는 침실 풍경. 사이드 조명이 은은한 분위기를 만든다. 모던한 침구는 라메종드조희선, 커튼은 룸 25 제품. 2 _침대 뒤에 가벽을 설치하고 슬라이딩 도어를 단 후 안쪽 공간에 부부의 드레스 룸을 설치했다. 드레스 룸은 공간크라징 제품. 3 _드레스 룸 옆에 자리한 욕실. 메탈 마감재가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풍긴다. 욕실 시공은 아메리칸 스탠다드. 데커레이션으로 컬러 포인트 컬러도 신혼집에 흔히 사용하는 전형적인 색에서 탈피했다. 보통은 신혼집을 꾸밀 때 산뜻하고 밝은 컬러를 사용하기 마련이지만, 부부는 이곳에 오래 살 생각으로 시간이 지나도 질리지 않는 고급스럽고 편안한 모노톤을 선택한 것. 대신 조명 등의 소품으로 신혼집 분위기를 내고, 커튼과 카펫 등에는 공통적으로 퍼플 컬러를 넣어 통일감을 줬다. 재미있는 소품도 많다. 거실 벽면에 건 위트 있는 디자인의 시계는 덴마크 디자이너의 작품인데, 사이즈별로 구입해 나란히 걸어두면 예쁘지만 가격이 고가라 중간 사이즈 하나만 구입하고 스타일리스트가 똑같은 형태로 제작해 벽면에 나란히 붙여두는 알뜰함도 발휘했다. 주방의 식탁 옆 벽면엔 예쁜 소품을 좋아하는 부부를 위해 선반을 제작했는데, 부부가 하나 둘 모은 아기자기한 소품이 공간을 한결 생기 있게 만든다. "제가 은근히 살림 기질이 있어요. 하루는 후배가 집에 와서 보더니 여자 둘이 사는 것 같대요. 하하. 청소도 잘하고 요리도 잘 하거든요. 뭘 하나 사더라도 예쁜 걸 사서 가지런히 놓아두고 흐뭇하게 바라보는 스타일이죠(웃음)." 의외로 여성적인 취향이 있다는 정성화는 공사를 진행하면서 시간이 날 때마다 아내와 서울 황학동 풍물시장을 돌며 소품 쇼핑에 나섰다. 접시 등의 주방용품을 사와 수납장에 하나하나 채우다 보니 집에 대한 애착도 그만큼 늘어갔다. 처음엔 공간만 있으면 내 집이라고 생각했지만, 요즘은 공간을 꾸미는 즐거움도 알게 됐다며 연방 싱글벙글. 요리가 취미인 남자, 공연 즐기는 여자 "개그맨으로 활동할 때 약속이라도 한 듯 섭외가 뚝 끊겼던 시기가 있었어요. 1년 정도 쉬면서 잘 알던 형의 바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당시 아내도 그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거든요. 이 친구를 본 순간 다른 여자 만날 생각이 싹 사라지더라고요." 곧바로 작업에 들어갔지만 연예인에 대한 선입견 때문이지 아내는 선뜻 마음을 열지 않았다. 몇 개월의 지극한 노력 끝에 천천히 마음을 연 그녀는 이후 무려 8년이란 시간 동안 한결같이 정성화의 곁을 지켰다. 이제 결혼할 때라는 결심이 섰을 무렵 때마침 방송에서 프러포즈를 할 기회가 생겼다. 내년에 결혼하자고 공개 프러포즈를 한 게 벌써 2년 전. 뮤지컬 스케줄이 꽉 차 있던 상황이라 도저히 결혼 준비를 할 짬이 나지 않아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며 아내에게 미안하고, 또 한없이 고마운 마음이란다. 두 사람은 촬영 내내 끊임없이 눈을 맞추며 농담을 주고받는다. 촬영팀 먹으라고 식탁에 간식을 잔뜩 펼쳐 놓더니, 촬영 중간 중간 둘이 함께 주방으로 가 사이좋게 설거지를 한다. 주방을 바삐 오가는 정성화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 "남편이 요리를 굉장히 잘해요. 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공간도 주방이래요. 주방이 좋아서 요즘은 매일 집에 와서 밥을 먹을 정도니까요(웃음)."그는 자신만큼 공연을 좋아하는 아내를 위해 시간이 날 때마다 함께 영화, 연극, 뮤지컬 등을 보러 다닌다. 문화적인 코드가 잘 맞아 공연을 보고 난 후에는 공연에 대해 몇 시간씩 막힘없이 대화를 나눌 정도다. 그동안은 여유가 없어 공동의 취미 생활에 소홀했다며 당분간은 일을 조절하고 아내와 함께 공연 삼매경에 빠질 계획이라고. "제가 워낙 낚시를 좋아하고, 또 긴 공연이 끝나면 혼자 여행을 떠날 때가 많아요. 아내는 제가 혼자 두어 달 여행을 떠나고 싶다고 하면 투정 대신 잘 다녀오라는 말을 건네는 여자예요. 긴 시간 연애하면서 서로에게 맞춰진 것도 있지만, 범인류적인 이해심을 타고 났죠(웃음). 평소엔 워낙 싹싹하고 애교가 넘쳐 깨물어주고 싶게 귀엽다가도 또 의외로 통이 크고 대담한 모습을 발견하면 놀라곤 해요." 진화하는 배우 정성화를 말하다 아내 이은호씨도 남편에게 후한 점수를 준다. 일할 땐 성실하고 열정이 넘치지만 집에선 한없이 다정하고 가정적인 남자란다. 또 타고난 개그 본능 덕에 집에는 웃음이 끊일 날이 없다. 정성화는 8년간 무대에 오르며 차근차근 성장해 왔다. 남들이 테크닉한 기술을 익힐 때 그는 이론 책을 펴 들고 발성과 기본부터 밟았고, 선배들의 공연을 수백 번 반복해 보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아갔다. '진화하는 배우'라는 수식어는 그에게 과하지 않다. 오는 8월엔 뮤지컬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공연도 잡혀 있는 상황. 브로드웨이 링컨센터에서 2주 동안 '영웅' 공연이 막을 올린다. "8년을 연애했는데도, 결혼하고 나니깐 사람들이 왜 결혼을 하는지 알겠더라고요. 더 애틋하고 고맙고 그렇습니다. 또 지금 하는 일도 더 즐길 수 있을 것 같아요. 제 스스로에 대해 큰 욕심을 내기보다는 당분간은 둘이 꼭 붙어서 신혼 생활을 만끽한 후에 지금까지 해왔던 것을 꾸준히 이어가고 싶어요. 아내와 함께하는 일은 점점 더 늘리고 싶고요." 자리가 잡히면 아내와 홈 비즈니스도 시작할 계획이다. 언니와 옷가게를 운영했던 아내 이은호씨가 워낙 사업 수완이 좋아 함께할 수 있는 일을 계획 중이란다. 아내의 재능이 아까워서이기도 하지만, 부부가 함께 공유하고 에너지를 쏟을 곳을 하나 더 늘리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유쾌한 남자, 정성화의 다음 행보를 기대해도 좋겠다. 기획_강민경 사진_문덕관 여성중앙 2011 05월호 < 저작권자ⓒ중앙m & b 여성중앙.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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